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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 사라 13

맨 처음 구상했던 것과는 전혀~ 아니올시다로 끝장을 보는 건 비단 [사라] 뿐이 아니라는 점에 한가닥 위안을 얻고. (웃음) 어쨌든 훌훌 털어버렸음에 기뻐하며... 가 아니잖아!
서관에 1편부터 올라가 있습니다.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나만의 공격 수단 - 마법이 늘어진 팬티 고무줄이었음을 깨닫자 나는 곧바로 아군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아쉬울 적엔 부러진 연필심도 감사한 법이다. 그게 토막난 샤프심이라 해도, 이쑤시개라고 해도 감지덕지다. 휘둘러보고 곧 후회한다는 건 별도로 치고. 여하간 찾았다.

『어이, 부러진 연필심! 이거 하나 분명히 하자. 나를 도울 거야, 말 거야.』
『이미 돕고 있잖습니까, 리나님.』
『돕긴 뭘 도와!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 코제트와 노닥거리는게 나를 돕는 거냐?!』
『여성 분은 여성 분들끼리.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맞잖아요.』
뭐가 틀려요 - 제로스 녀석은 눈 땡그랗게 뜨고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건 바로 이거다. 여자들은 필사적으로 서로를 죽이려 눈에 불을 밝히고 있는데 저쪽 남성 마족 분들은 화기애애한 사교 클럽 분위기로 서로 편안하게 잡담이나 하고 있다. 코제트는 할 일 없는 뒷골목 건달처럼 바지 주머니에 손까지 찔러넣고 있다. 전혀~ 전혀~ 전혀! 싸우는 분위기가 아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어 낮게 소곤대다가 간간히 음, 내지는 허어- 식으로 감탄사까지 지른다.
아니, 질러지고 있는 것은 나의 가슴.
꺼져가는 난로에 한 무더기의 석탄이 던져졌고 곧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이 승부는 벌써 판가름이 났다 싶은데.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이잖아.」
「아뇨. 조금 더 두고 보셔야 해요. 리나 님은 후반부에 곱절로 강해지니까.」
「그 말 믿어도 돼? 눈치를 보아하니 저 여잔《누가 뭐래도 필살기》라는 드래곤 슬레이브 주문조차 외울 생각조차 없구먼. 나, 진짜 실망했단 말이야. 은근히 기대 했었는데 콧김도 안 꿨어.」
「그건 콧방귀.」
「콧김이든 콧방귀든! 하여간 평범한 화이어볼은 싫단 말이야. 그런데 그걸 던지더군.」
「댁도 참 이상합니다. 드래곤 슬레이브 주문이라면 비껴서 맞아도 무척 아프다고요.」
「그야... 음. 당연히 아프겠지?」
「아파요. 그런데도 맞고 싶어요? 코제트 님.」
「그게 어떤 느낌인지 좀 궁금해서... 저어, 난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거든.」
「으이그~ 정말이지 별 걸 다 궁금해 하십니다. 그게 새로 나온 해물 잡탕 그라탕 시식하는 것과 같은 레벨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것도 아니면 동정 딱지 떼는 일인 줄 아세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경험해보지 않는게 더 좋습니다.」
「허어, 넌 이미 맛을 봤다 이거냐. 그래서 내 앞에서 으스대며 자랑하는 게냐?!」
「이 경우는 자랑이 아니지요. 지지리 못난 선배가 늘어놓는 충고라 생각해 주십시오.」
「싫어! 생각 못해! 네가 어떻게 나의 선배가 되나. 살아온 날과 먹은 쌀의 량을 곱해봐도...」
「더해봐도. 곱하긴 뭘 곱합니까. 마찬가지로 나누기도, 뺄셈도 아녜요.」
「말꼬리 잡지 좀 마라. 더하기나 곱하기나 그게 그거지.」
「달라요. 더하기는 괜찮아도 곱해서 쌀을 먹으면 배가 터져요. 당신의 인간화 학습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니까요.」
「그런 건 대충 넘어가도록 하라!」
「그 정도에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어대긴. 멀었어, 아직 멀었다니까. 제발 짜증부리지 좀 마세요.」
「이 마당에 어떻게 짜증을 안 부리나!」
「그럼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어떻게 하긴. 패배를 인정하고 이쯤해서 네가 끌어당긴 여자랑 같이 발을 빼. 저길 보라구. 리나 인버스를 봐. 자세도 나빠. 엉거주춤 피하는 거 너도 봤지? 훈련 부족이야, 훈련 부족! 저렇게 느려서 어디 쓰겠어. 내 장담하는데 이 승부는 우리 공주 알레인이 이겼다.」
「리나 님 자세가 나쁘다는 건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좋은 자세에서 훌륭한 마법이 나오는 건 아니예요. 제가 느낀 바로는 마법은 기백, 그리고 식사량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리나 님은 당연 최곱니다. 따라서 이 승부는 더 두고 봐야 합니다.」

- 이것들이지금남의생쇼를보면서어디다대고씨불렁대고있어!

나만 빼고 나머지 전부를 저승으로 택배 부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지금 뭐라 그랬나. 마법은 기백, 그리고 식사량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기백은 자신 있다. 그러나 식사량만 놓고 따지자면 난 핵주먹 타이슨 앞에 선 티끌 같이 작은 메추리다. 꾸르륵 소리가 안 들리나. 배 고파 죽겠다! 비스킷과 커피, 그리고 케이크 조각이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의 전부다! 군침 도는 먹음직스런 통닭은 그저 냄새만 맡았단 말이야!

『으아아아~!! 배고프다아아~!!』
가우리표 기합을 넣고 떼쓰는 빵을 발견한 아이처럼 덤벼들어 알레인을 벽으로 떠밀었다.
워낙에 급습이라 이번 만큼은 알레인도 저항을 하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팔목을 노리고 수도로 뼈마디를 쳤다. 그녀는 무척이나 아픈 표정을 지었고 순간적으로나마 검을 쥔 손가락에서 힘을 뺐다. 그럼 두 번째로 내리친다. 어둠 속에서 떡을 써는 한석봉의 어미인양 오른손을 들었다 다시 내려 보자.
에베 - 욕심이 과했나. 손목을 가격하기 전에 격통이 명치를 자극했다. 무릎을 올려 내 배를 걷어찬 알레인은 이쪽이 비틀거린다 싶다 아까와는 정 반대로 나를 벽으로 떠밀었다.
『아흑!』
배는 꼬이고, 등은 찢어지는 것처럼 쓰라리다.

『죽어!』
『너나 죽어!』
칼날이 얼굴을 스친다. 다행히 빗나갔다.
『망할 계집!』
『못 생긴게!』
마력으로 압축한 공기 덩어리가 매끈하게 둘로 베어진다.
『호박!』
『메주!』

잠시 간격을 갖고 맹렬하게 서로를 쏘아보았다.
누가 봐도 한심한 모습이다. 머리는 귀신처럼 헝클어졌고, 옷은 찢어졌으며, 피도 흘리고 있다. 뜯겨진 천자락 틈으로 젖꼭지가 훤히 드러났다. 그것도 긴장하여 팽팽히 솟은 상태다. 체면도 없고, 품위도 없다.
고압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부르르 떨린다.
도대체, 내가, 왜? 누구 좋으라고 정의의 사도 비슷한 흉내를 내고 있어야 하는 건가.
나는 아멜리아가 아니야. 내 한 몸 기꺼이 거덜내리다 하고 파이팅? 농담이겠지.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구.

독심술 재주가 있는가 보다. 구석에서 잡담 중이던 코제트가 손바닥을 둥글게 말아 입가에 대고 떠들어댔다.
『그럼 그만 싸우고 집에 가던지, 언니. 따지자면 당신에게 손해만 되고 이득이 될 건 하나도 없을 거요. 손익 계산서가 마이너스라고~』
그리고는 어려운 인수분해 문제를 푸는 학생처럼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거기다 파울의 대차는 - 지금은 꼴 사나운 실패작이긴 해도 - 완전 말소시키기엔 제법 아까운 물건이야. 당신은 마법사이니 아마 더 절감할 수 있을 게요. 알레인이 가진 요정의 기술로 개량을 시키면 그때야말로 불량 장난감 타이틀도 벗을 수 있을 터! 그런 걸 시도도 안 해보고 휴지통으로? 아깝지, 아암!』

아까워?
반대편 벽까지 밀린 상황에서 시선만으로 상대방을 확인했다.

『꼴 사납다고 해도 파괴력은 월등한 물건이오. 파울의 대차 앞에서는 하급 마족 정도는 순식간에 갈가리 찢길 걸. 그런 물건이 항마전쟁 시기에 나왔다면 인간들도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제법 싸웠을 거야.』

중대 발언이었다. 당황한 제로스가 코제트의 발을 밟아댔지만 이미 늦었다.

『코제트 님!』
『거 기분 나쁘네. 왜 밟냐. 말하면 어때. 사실인데.』
『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그렇죠! 당신도 일단은 마족이잖습니까.』
『일단은 마족이 아니고 훌륭한 마족이라네.』
『네, 훌륭한 마족이십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 훌륭한 마족이 자기 입으로「그걸로 우리 같은 마족을 한 방에 잡을 수 있네-」라고 말합니까.』
『에이. 자잘한 문제는 패스하라.』
패스가 안 되니까 문제지! 제로스는 분통을 터뜨리고 언성을 더욱 높였다.
『틀려요! 자잘한 문제 같은게 아니죠! 당신은 신족 앞에서도「우린 저 장난감 앞에선 영 맥을 못춰요-」라며 샐샐 웃어가며 말할 겁니까!「여차하면 그걸로 우릴 죽여주세요~」이러면서? 스스로 약점을 밝혀서 어쩌자는 겁니까!』

신족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움찔한다.
깨달은 바가 있었던 것 같다. 코제트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다소 낮췄다.
『으음... 그렇게 말을 해도... 저어, 아마도 신족 놈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걸. 원래 그치들은 폭력을 싫어하잖아. 무기, 전쟁, 호환마마, 빨간 비디오라면 노골적으로 피하고 보지. 그러니까 괜찮을 걸세.』
과연 빨간 비디오에 도망을 칠 것인가. 제로스는 못 믿겠다는 시늉을 했다.
『그건 추측이잖아요.』
『추측이긴 해도 경험에 의한 추론이다. 너보단 내가 훨씬 더 신족과 악연이 깊지.* 그러니까 틀려요, 맞아요 하면서 허둥거리지 마시게.』
그리 제로스를 달랜 코제트는 어쩐지 비굴해 뵈는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신족 놈들은 죄다 무신경한 족속이오, 리나 인버스.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이쪽의 제로스는 아직 어려서 신족 놈들을 괴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난 안 그래. 100만년이 지나도 도무지 발전이 없을 그런 놈들이지. 사람이 많이 죽어 인간계가 흔들리면 신족들의 심기가 불편해진다? 정말로 그럴까. 제로스가 걱정하는 것처럼 신족 놈들이 올빼미의 심판의 저울을 들고 세상에 다시 등장할 성 싶소? 걱정도 팔자지. 사람 만 명이 죽든, 백만 명이 죽든 지금과 달라질 건 없소. 예로부터 사람들 일에 참견하길 싫어하던 신족들이오. 내기를 해도 좋아. 인간들 사이로 큰 전쟁이 나도 팔짱을 끼고 남의 집에 불 났다며 본 척도 하지 않을 걸? 그렇지 않소?』
『저어, 나에게 동의를 구해보았자...』
들은 척도 안 하고 자기 할 말을 계속한다.
『어쩌다 구호 물품 정도는 보내주겠지. 그치만 그 구호물품이라는 것도 먹으면 배탈나는 미역 통조림, 아니면 썩은 다시마 가루가 전부일 거야.』
코제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냅두어라~ 나는 모른다~ 바로 그게 신족의 신조야.』

늘 인간은 전쟁을 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인간을 혐오에 가득차 멸시한다.
피 냄새 섞인 강물에서 물고기가 죽어 떠올라도 본 척, 만 척.
그 위로 죽은 인간의 시체가 떠내려가도 아는 척, 모르는 척.
절벽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무한의 시간 속에서 출구 없는 상념에 잠긴다.
자기네들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어리석은 종족은 깔끔하게 무시한다.

『누구처럼 미처분 이익 잉여금이 마이너스라고 해도 악착 같이 덤비고 보는 인간 언니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 자, 그럼 다시 인간의 시점으로 되돌아 와서 말인데...』
코제트는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이쯤해서 제안을 하나 하겠소, 리나 인버스.』

제안이라.
나는 잠자코 이마를 찌푸렸다.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약속을 하지. 파울의 대차로 많은 수의 사람을 무차별 학살하는 바보 짓은 하지 않아. 나도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고. 다만 권력이 재편성 되기까지의 희생은 어쩔 수 없을 거야. 조금은 죽어야겠지. 말 그대로 아~주 조금이야. 전염병이나 기근으로 죽는 사람 수보단 적을 거라 내 장담하리다. 음... 그러니까... 한 수 백만 정도?』

현기증이 나려 한다. 이래서 마족의 감각엔 따라갈 수가 없다.
이를 악물고 따져 물었다.
『이봐.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 아냐? 전염병으로 수백 만이 죽진 않아.』
코제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안 죽나?』
『안 죽어.』
단정 짓는 내 말에 마족은 재빨리 표정을 바꾸고 정색한다.
『내가 틀리게 알고 있었군. 그렇다면 장담하지 않고「노력하겠습니다」라고 고쳐 말하지. 정말이오. 난 이래뵈도 꽤 섬세한 성격이라고. 하다못해 알레인의 약혼식 초대장도 엄청 고민해가며 발송했단 말이오. 당장 죽으면 문제가 될 것 같은 사람들은 일부러 빼고 말이지. 아깝다 싶은 사람들은 뒷공작으로 초청을 거절하도록 일을 만들어 두기까지 했소.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난 무지 노력했다구.』

망할 초대장.
허리가 반토막나 죽은 노부인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간다.
당장 죽어도 문제가 없을 인간 취급을 했었다고 그 노인의 무덤 앞에서 어디 한 번 설명이라는 걸 해보시지?

비꼬는 이쪽 분위기도 모르고 알레인이 덧붙여 말했다.
『코이노오의 말 대로다. 나는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거지, 파괴하고 싶은 건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여왕의 권좌. 여왕의 홀이다.』
지지배, 얄밉게도 말 한다.
여왕이 되고 싶다고? 지금까지도 떵떵거리고 잘만 살고 있었잖아.
도대체 뭐가 부족해? 아예 하느님이 되고 싶다고 하시지?

『아니면 그대는 나를 제치고 본인이 세계의 왕이 되고 싶은 건가?』
『왕? 그런 건 누가 하라고 떠밀어도 싫어. 보석이나 황금, 그리고 맛있는 고기 반찬이면 또 모를까, 딱 잘라 말해 골치 아픈 권력엔 일절 흥미가 없어.』
『잘 되었군. 그럼 더 생각을 해보기 바라. 마족까지도 죽일 수 있는 물건이다. 이런 무기를 세상에서 지워버린다는 건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인 그대에게도 큰 손해가 아닐까.』

갑자기 샐샐 웃음이 나오려 한다.
뭐야, 결국 하고 싶은 얘기라는 건.
손가락으로 뺨을 긁었다. 그리고 후- 하고 먼지를 불어 없앴다.
『나더러 입 다물고 여기서 자리를 피해 달라는 것?』
『보석이나 황금을 좋아한다고 했지? 원하는 만큼의 황금을 주겠다.』
『궤짝으로 다섯이라고 해도?』
『그 다섯의 다섯 배를 줄 수도 있어.』
눈이 휘둥글 벌어진다. 궤짝 125개의 황금? 오오, 평생 소원대로 떼부자 되는구나.

막대한 부를 상상하는 이쪽의 기색을 읽어냈음인가.
악수를 청하며 알레인이 오른팔을 내밀었다.
그때까지도 숨 죽이고 있던 제로스가 불쾌한 얼굴을 하고 목을 길게 뺐다.
녀석의 눈빛이 격정을 담아 어두워진다.
눈에 띄게 안절부절해 하는 녀석을 보고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 툭 튀어 나온 주둥이는.
돼지 고기 3.5톤에도 끄떡 안 하던 여자가 황금 궤짝 125개에 넘어갈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해?
그렇다면 너, 날 한참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어.

혼잣말처럼 말했다.
『안 잡아.』
그렇게 말한 것과 거의 동시였다.
알레인이 검으로 내 배를 찌른 것과, 내가 마력구로 그녀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친 것은.

『크헛!』
『으아아!』

정신이 아득해진다. 의식의 끈을 놓지 않으려 기를 써가며 타는 듯한 감각을 호소하는 배를 감싸쥐었다. 입고 있던 법복은 이미 붉게 물들었다. 새파랗게 질린 채 주저앉아 상처 부위를 움켜잡았다. 찔린 깊이는 약 8에서 10cm가량, 피할 틈새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상처가 깊다. 내장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부위와 깊이로 봐선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아쉽게도 나는 백마술 계열로는 실력이 그리 괜찮지가 않다. 화덕에서 밥을 볶아대듯 회복 주문을 부지런히 외워댔으나 치사량에 근접하는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이를 악물고는 기절하지 않으려고 기를 써가며 무릎을 오그렸다. 여기서 정신의 끈을 놓았다간 정말로 횡천행이다. 더욱 힘주어 상처 부위를 쥐어 뜯었다. 참아야 한다, 참고 버텨야 한다.

『내 얼굴이, 내 얼굴이~!!』
그치만 저쪽은 상황이 나보다 더 나쁘다. 이젠 인형처럼 예쁘다는 말은 평생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뜨거운 다리미에 눌러붙은 형상이 되어버린 피부는 더러는 벗겨져 떨어졌다. 삶은 문어처럼 뻘겋게 달은 두피에서 머리카락이 절반은 미끄러져 있다. 자랑거리였을 긴 머리카락은 약간만 잡아당겨도 맥을 못추고 빠져나갈 것이다. 한쪽 눈은 녹아 뇌 안쪽으로까지 말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뺨까지 당겨 올라가 지옥의 아수라처럼 표정이 기괴하게 보인다.
『으아아아~!!』
비명을 질러대는 입술도 절반은 타서 없어졌다.
일그러진 그 모습이 할로윈의 아이들 겁 주기 가면 같다 - 고 생각하면서 손가락 하나를 허세를 담아 흔들어 보였다.

『하하하. 알레인, 당신... 보기보단 치사한 성격이네. 내가 악수를 거절하겠다고 말하기도 전에 찌르고 들어왔다구. 궤짝으로 황금을 받겠다고 수락했어도 그냥 무시한 채 찌르려고 했던 거지? 이래뵈도 난 상인의 딸이라고. 상대방 패가 무엇인지는 세 발자국 앞에서 읽을 줄 알아. 처음부터 나와 손잡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는 건 진작에 알아차렸다고.』
『아아아악~!!』
『비명은 그만 질러, 이 아가씨야. 정신 못 차리게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비명을 그만 지르랬더니 이번엔 증오로 가득차 괴성을 질러댄다. 그러더니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더듬기 시작한다. 가까이로 떨어뜨렸을 검을 찾는 듯한 눈치인데... 아이구다.
왜냐하면 알레인이 찾는 검이라는 건 여전히 내 배를 찌른 상태에서 옴짝달짝 하지 않고 있는 중이시다. 가냘프게 숨을 몰아쉴 적마다 검의 손잡이도 따라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원래부터 있었던 나의 신체 부위 중 하나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은 그렇게 내 배 위로 불쑥 솟아 있었다.
그치만 아직은 뽑을 수 없다.
뽑는 순간, 대량 출혈을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게 방마검이라는데 있다. 제기랄, 뽑지 않아도, 뽑아도 죽게 생겼다.
회복 주문을 외우고 있는 혀가 꼬이려 한다.
아니, 혀가 꼬이는게 아니라 마력이 꼬이려 하고 있다. 낭패다.

『죽일테다, 죽일 테다, 리나 인버스!』
눈 하나는 남았어도 제대로 보이는 건 없는 듯했다. 여전히 바닥을 더듬거리다가 손가락에 만져지는 것이 없자 제 성질에 못 이겨 주먹으로 바닥을 마구 내려쳤다.
『무기! 무기를 줘! 저 여자를 죽일 무기를! 뭐라도 좋으니까! 코이노오!』
귀신처럼 변한 여자가 표효한다. 하나만 남은 눈동자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코이노오!!』
도와달라는 외침에 반응하여 코제트가 입술을 깨문다.
『저런. 그건 곤란하단다, 알레인. 왜냐하면 제로스와 난 약속했거든. 직접 저 여자에게 손을 대지는 못해.』
『코이노오!』
『힘 내.』
그리고는 보석이 잔뜩 박힌 무거운 돌 꽃병을 귀신에 손에 쥐어준다.

울고 싶은 심정이다.「뭐라도 좋으니까」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무거나 쥐어주면... 아니, 아니. 어떻게 보면 훌륭한 흉기다. 저 듬직한 부피, 그리고 단단함.
우와 - 꽃병에 맞아 죽었습니다 - 라는 결말은 진짜 싫은데.
고향에 있는 언니가 이 사실을 알아봐. 내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끌어내고는 집안의 수치라면서 본인이 직접 내 머리를 토막내려 할 걸?

알레인이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꽃병을 쥔 두 팔을 위로 번쩍 쳐든다.
『왜... 방해하는... 거야?』
쭈그리고 앉은 나의 뺨으로 빨갛고도 뜨거운 것이 떨어진다.
『무엇 때문에... 리나 인버스?』
아니, 뜨겁지 않다. 닿는 것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호흡이다.
『머리가 박살나고 난 다음에도 날... 방해할 거야?』

알았어. 그렇게 소원이라면 방해는 하지 않을게.
대신. 당신이 꽃병을 내려치기 전에. 그보다 더 빨리.
내가 당신을 죽여줄게.

배에 꽂혀진 검의 손잡이를 힘껏 잡았다. 뽑았다간 1분도 채 못 버틴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잡아뺐다. 동시에 살인 도구를 둥굴게 휘둘러 그걸로 알레인의 허리를 가로로 길게 베었다.
『커어...억?』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나?
『어, 어째서...』
당신이 다른 것이 아닌「공포」를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그 순간부터...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내장을 그대로 무릎으로 받아내면서 나는 작게 속삭였다.
『나를 포함한 이 세계는 당신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돌린 거야.』

그 다음 일은 어쩐지 확실하지 않다.
힘겹게 눈을 들어보니 코제트가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댁이 이겼소.』
화가 난 기색은 없다. 싸우고자 하는 기척도 없다. 그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남성용 반지를 손에 쥐었다 다시 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가 곱게 날렸다.
『이제 만족하오?』
대답할 기운도 없어 무어라 말도 못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한참만에 눈을 떠보니 이번엔 제르가디스가 날 업고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여어?』
『아직은 말 하지 말아.』
『여긴...』
『귓가에 대고 말하면 정신 사나워. 밖으로 빠져 나가기 전까지 그냥 기절해 있어.』
『기절이고 뭐고... 배 아파...』
『구멍이 뚫렸으니 당연히 아프지! 기왕 그렇게 된 일, 조금 더 참아.』
『제로...스는?』
『다 죽어가는 널 내 앞에다 던져놓곤 그대로 꼬리를 감췄다. 이러 저러 말 한 마디 없이 말이지.』
무너져 내리는 천장을 피해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제르가디스는 이를 갈아댔다.
『죽지 마, 리나. 여기서 죽으면 평생 웃음거리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웃음 거리야. 쪽 팔려서 얼굴도 못 내밀어.
천하의 리나 인버스가 황금 궤짝을 마다하고... 꼴불견으로 싸우다 몸이 거덜 났잖아.
『리나! 조금만 더 참아라. 응? 리나!』
신경 끄고 앞만 봐, 제르. 날아오는 돌에 얼굴이나 맞지 말고.
그리 중얼대며 무거워진 눈꺼풀을 닫고 잠을 청했다.

저택은 사흘 낮밤에 걸쳐 죄악과 함께 불탔다.
아렌 가와티는 일찌감치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가며 피신을 했었던지 머리카락 한올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금지옥엽 키워낸 가련한 외동 딸이 시체로 발견되자 정신이 이상해진 듯 싶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한 달, 째비오의 신화적 갑부가 딸을 살려낸다며 젊은 처녀 다섯을 붙잡아 흑마법을 시도한 죄로 체포당했다는 얘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온갖 소문으로 맛 잔치를 벌린 마도사 일보를 옆으로 치우고 침상에서 오랜만에 일어나 앉았다. 날씨가 좋아 모처럼 기분이 좋았다.

『째비오의 왕궁에서 불탄 저택의 폐허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사과를 깎아내면서 제르가디스가 말했다.
『하아? 따우스젠느 다이아몬드를 찾는 거라면 그만 두라고 해. 그건 내 눈앞에서 가루가 되었다고. 아니면 달리 찾는 거라도?』
『글쎄... 녹은 금덩이 몇 개로는 만족 못 하려나.』
그리 시큰둥히 대꾸하며 제르가디스는 또다시 도착한 선물 꾸러미로 골치 아픈 시선을 던졌다.

위문품으로 옷들이 도착하고 있다.
누가 보내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산더미 같은 량으로 모두가 드레스다.
그런데 옷들은 하나 같이 사이즈가 조금씩 작았다.
큰 맘 먹고 입으면 엉덩이 부분이 쭉- 하고 찢어질 정도로 작다.
입으라는 건지, 아님 스트립 쇼를 하라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다이어트를 하라는 압박인 건지.

『어쩔래? 리나.』
『반품시켜.』
『반송시킬 주소가 안 적혀 있는데.』
『자식들! 꼭 그렇게 사람을 약 올려요!』
욕지거리를 내뱉고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늘에는 기초가 되는 바다가 있다고 한다.
불경스러운 자와 죄인들의 영혼을 따라 해가 지는 곳으로 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그 바닷가에 서서 지평선 끝까지 바라보면 빛은 전혀 없고 암흑과 절망이 가득하여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그 바닷가에서... 여자, 그대는.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그 바닷가에 서서 바라다보니.
슬픔과 비탄이 가득하여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Posted by 미야

2006/05/07 19:50 2006/05/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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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uri 2006/05/22 21:44 # M/D Reply Permalink

    마지막에 제로스..답게 냉정하네요. 나쁜녀석 ㅠ 아무튼 리나도 멋있고, 제르가디스도 멋있고.
    대화에 슬레이어즈 캐릭터들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요- 결론은 멋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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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 마탑요시2-1

선생님이 출석부로 머리통을 때리면 그 아픔보다는 울분 때문에 눈물이 나는 법이다. 하물며 신발이다. 어쩌면 개똥도 밟았을 물건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는 걸 깨달은 사내는 소매춤으로 눈가를 가렸다. 많고 많은 것들 중에 하필이면 신발? 서럽게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울긴 왜 울어, 이 친구야. 이건 기쁨의 소식일세. 보시게, 기다리던 이들이 와주시었네.』
시골 총각 발란틴과는 반대로「깡통」과「영감」은 희희락락한 표정을 지었다. 기쁨이 더욱 큰지라 머리통이 아프다는 건 잠시 접어 두었다.
『오늘이 정확히 15일째지? 2주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하루 오버했군.』
『마제스쪽 갈림길이 좀 헷갈립지요. 푯말 수리가 제때 되질 않아 길이 익숙치 않은 여행객들은 이곳이 아닌 요만 계곡으로 잘못 방향을 틉니다.』
『아, 그 망할 안내판! 나도 실수한 적 있지. 그런데 일단 계곡 방향으로 끝까지 갔다 싶으면 왕복 사흘이잖소.』
『저치들 길눈이 참으로 밝았나 봅니다. 실수를 깨닫고 도중에 왔던 길을 되돌아 온 듯하군요.』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러면서「깡통」은 리나 인버스를 반갑게 쳐다보... 사실은 여성의 가슴 부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대어본다.
17세* 성장기임을 망각한 초초초 스몰 A컵.
필라멘트 전구에 환한 불이 들어온다.
제피리아 출신 마도사가 분명.
본인 확인 절차를 끝마친「깡통」은 친교의 악수를 청했다.
『와하하. 처음 뵙겠소이다, 리나 인버스씨.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인사는 뒷전이다. 리나는 양말 바람으로 달려와「깡통」사제로부터 붓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는 「형수님, 불쌍한 아이들이 굶고 있소」라며 하소연한 흥부의 뺨대기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철물점에서 사 가지고 나왔을 법한 붓은 새 물건답게 제법 뻣뻣했다. 당황한 사제가 어이쿠, 어이쿠 소리를 내며 질겁을 했다. 돼지털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금방 붉어졌다. 밥주걱으로 때린 자리엔 밥풀이라도 남았지만 이쪽은 생채기밖에 안 남는다.
궁여지책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일보 후퇴에 저쪽은 이보 전진으로 반응한다. 반복되는 철썩철썩 소리에 정신이 없다. 감정이 끼어 매맞는 아픔이 곱절로 커졌다.

뒷짐만 지고 있던 제로스는 뚜껑도 따지 않은 풀 깡통을 들어 돌멩이처럼 내리치려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리나를 말리려 들었다.
게다가 승려에게 손찌검을 함부로 하고 있는 여자를 본 주민들이 놀라 까무라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쪽 결계 밖 동네에선 승려의 지위가 월등히 높다. 머리만 박박 민다고 아무나 중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공부를 곱절로 많이 해야 한다. 아는 것이 많으니 할 일도 많다. 일손이 부족한 일부 마을에선 그들 사제들이 행정 업무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는 시골 주민들은 그래서「선생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접한다. 신심이 부족하야 절간 문지방을 넘는 일이 없을지언정 먼 발치에서 사제 그림자만 보고도 존경을 담아 절을 한다.
이 마당에 어떤 미친 년이 나타나 승려복을 입은 사제를 개 패듯 팬다?
전후 사정은 아무도 고려 안 한다. 오로지 리나만 죽을 년 된다.
『자자, 이제 그만~ 깡통은 내려 놓으세요. 그걸로 때리면 머리가 깨져요.』

그런데 그거 참 이상타.
맞은 사람이 아니라 때린 사람이 후후 숨을 불며 울고 있다.
남의 머리통에서 뽑아낸 한 웅큼의 머리카락도 그녀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없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봐. 내가 댁더러 임포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 기분 좋겠어?!』
『그야... 음. 기분은 썩 좋지 않겠죠. 당신이 화내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떤 상황.』
『현재 거주지가 불명확한 사람을 찾아 빠른 시일 내로 이곳으로 데리고 와야 하는 상황입지요. 그래서 고민 끝에「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없다면 그쪽에서 직접 찾아오게 만든다」라는 고전적 방법을...』
『납득했어. 그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 많고 많은 문구 중에「가슴 납작」이 뭐야.「슈퍼급 마도사, 리나 인버스」라던가.「롱 다리의 미소녀」등등으로 광고하면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기라도 한다든?! 꼭 이런 식으로 불을 질러야 만족할 거야?!』
『롱 다리는 아니잖소. 나는 거짓말은 하지 못 하오.』
『닥쳐!』
『게다가 지상 최대의 마도사님,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모 등등의 칭찬 일색으로 떠들면 본 척도 하지 않을 거라고 세일룬에서 미리 언질을...』
『세일룬!』

손가락 마디 관절을 두둑 꺾는 소리가 두렵다. 정말로 사람 잡을 기세다. 엉겹결에 세일룬의 이름을 입밖에 낸 남자는 자신의 부주의함을 저주했다. 이 여자라면 세일룬 왕도로 달을 떨어뜨리고도 남겠다. 달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최소한 원한의 굵은 우박이라도 내리겠다.
「가슴 납작」이라 한 마디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올 거라 꼼수를 내놓은 세일룬 관계자도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더냐.
쉿.
다쳐.
자칫 잘못되는 날엔 필립오넬 전하 및 세일룬의 백성들이 두꺼운 솜 이불을 뒤집어쓰고「온다, 온다, 리나 인버스가 온다」며 떨게 된다.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바꿔보자. 남자는 간사한 미소를 흘렸다.
『이렇게 서서 얘기만 나눌 것이 아니라 어디 들어가 식사라도 같이 하십시다. 가만 있자, 2시가 좀 넘었군. 시간이 어중간하니 가볍게 교자 만두라도 드시지요.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그런데 그쪽에 계신 검사님은 홀로 점심을 거르셨소이까? 보아하니 엄청 많이 시장하신 듯하온데...』

배가 많이 고파 보인다?
제로스는 뒤돌아 금발의 검사를 바라보고는「어랍쇼?」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다. 창백한 안색이 그리 보기 좋지 않다. 가만히 배를 끌어안고 있는데 다른 각도로 보자면 배가 아파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이 남자가 배앓이를 하는 건 본 기억이 없다. 비누를 삼켜 잘도 소화시키는 남자다.
마족은 안스러이 쯧쯧 혀를 차며 가방을 열어 비상 식량인 초컬릿 바 하나를 꺼냈다.
『오무라이스를 세 접시나 드셨으면서 벌써 배가 꺼졌어요? 자요.』
친절히 손수 그 포장지를 벗겼다.

『아마 그게 아닐 걸.』
가만히 있던 구스틴 영감이 표정을 달리하고 앞으로 나섰다.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었는지 의사 선생님처럼 정색하고 싫다는 가우리의 혀를 억지로 잡아당겼다.
일행은 깜짝 놀랐다.
잡아당겨진 혀의 색이 거짓말처럼 하얗다.
영감은 혀를 끌끌 차며 눈꺼풀도 뒤집어 보았다.
『요세이님? 이자는 쿼터입니다. 그래서「반응」을 보인 겁니다.』
『뭐라고! 이거 큰일났군. 내가 부축할테니 도와주시오.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봅시다.』
『알겠사옵니다. 검사? 토할 것 같으면 참지만 말고 미리 말하시오. 어지럽거나, 메슥거리거나, 눈앞이 빙빙 돌아도 말하시오.』
가우리는 갑작스런 환자 취급에 뻗대며 반항했다.
『이봐? 왜들 이래. 난 병에 안 걸렸어.』
꽃가루 알레르기라도 일으킨 것처럼 몸이 나른하고 어지럽다. 평상시의 베스트 컨디션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죽어가는 중환자 취급을 받을 까닭이 없다.
이마를 만져봤다. 차갑다. 아주 차갑다.
가우리는 이것 보라며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열은 없다구.』

요세이라는 자가 표정을 달리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차갑다는게 문제요. 앞으로 체온이 더 내려갈 거요. 아~아주 나쁘죠.』
『에?』
『내버려두면 앞으로 반나절만에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처럼 꼼짝도 못하게 될 거요. 가사 상태, 말 그대로 의식도 없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되지요.』
『에에?!』
『그리고 한달 뒤엔... 그 실터럭 같은 가냘픈 호흡조차 멎어...』
요세이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새파랗게 눈을 부릅떴다.
『죽습니다.』
『으에에에~?!』
『죽습니다!』
『으에에에~!!』

바로 이것이었나.
저들 사제들이 체면 불구하고「당신 가슴 형편 없네」타령을 하면서까지 리나를 황급히 불러들인 까닭이란 것이?
포장지를 벗겼으니 도로 가방 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 가우리에게 먹이려던 초컬릿 바를 한 입 베어물고 제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프에게 치명적인 -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 뭔가가 있는 겁니까?』
『예, 있어요.』
그러면서 시골 총각 발란틴은 등 뒤로 보이는 고색찬란한 하얀 탑을 어깻짓으로 가리켰다.
『 한 마디로 웬수죠.』


천천히 가기로 하고 작정하여 조각조각 내고 있습니다. ^^ 내킬 적마다 쓰는 것도 신선하네요.

Posted by 미야

2006/04/25 14:23 2006/04/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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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우 2006/04/26 04:46 # M/D Reply Permalink

    '온다온다 리나 인버스가 온다'에서 뒤집어졌습니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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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 마탑요시1-2

구석구석 진귀한 유적들이 들어선 유서 깊은 도시다. 공장에서 집단으로 핸드폰을 조립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입원은 확실하겠다. 기둥 세 개 남은 신전 앞에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기만 해도 시민들의 호주머니는 금방 불룩해질 것이다. 가우리는 감탄하며 천 년은 되었을 구름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로 석상 하나가 세워져 있다. 팔뚝이 떨어져 나갔어도 꽤나 아름답다.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여자는 역시나 같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방울새와 놀이 중이었다. 이미 없어진 오른손으로 먹이를 주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날갯짓하는 방울새가 아쉬운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졸라대는 쪼롱 소리가 기뻤던지 여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한가닥 머리카락에 잔잔한 행복이 숨어 있다. 그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훔쳐보려고 가우리는 손바닥을 눈가에 가져갔다. 하얀 햇살에 반사되어 석상의 하얀 목덜미가 뽀얀 우윳빛으로 다가온다. 황홀하리만치 유혹적이다.

『멋진 곳이네. 그지?』
그러나 리나는 동의를 구하는 가우리의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는다.
멋진 관광 도시? 고풍스런 조각? 천 년의 역사? 다 집어 치우라고 해라.

탑의 도시로 들어와서 그녀가 보인 행동이라는 누가 풀 깡통을 들고 가지는 않는지 찾고 또 찾는 것밖엔 없었다. 포스터를 옆구리에 꿰찼다 싶으면 뛰어서 그 어깨를 붙잡았다. 눈이 벌개져선 주먹을 흔들어댔다. 들고 있는 광고지가 텍사스 카바레 2호점 오픈을 알리는 내용이라 해도 벌컥 화냈다.「심수봉이 출연한다니까요!」라며 어쩔 줄 몰라하는 포스터 부착 아르바이트생에게「네가 내 가슴 작다고 광고했어?」라며 따져 물었다. 타조에게 가서 누가 닭의 알을 낳았느냐 물어보는 식이어서 당연히 그들 사이로 곱지 않은 고성이 오갔다.

『이성을 되찾읍시다.』
제로스는 구세군 냄비 앞에 선 자원봉사자처럼 작은 종을 딸랑 흔들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지금의 리나는 아무나 잡고 시비를 거는 주책의 여행자였다.
뜬금없이 화를 내며「난 가슴이 작지 않아!」라고 주장한다.
누가 뭐랬수? 지나가는 사람이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빙빙 돌린다.
그걸 보고 리나는 불처럼 다시 화낸다.
이것의 악순환이다.
『이성을 되찾읍시다.』
제로스는 두부 장수 딸랑 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리나를 설득했다.

『일단 가까운 사원으로 가봅시다. 문제의 벽보를 붙인 이들이 사제복을 입고 있다고 했잖습니까. 그쪽에 가서 물어보면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무작정 뛰어다니면서 우연히 어망에 큰 고래가 걸리길 기다려선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그린피스에게 습격만 당합니다.』
아니면 마을 회관으로 가서 게시판 부착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누가 누가 나타나나 감시하는 방법도 있다. 아직 이 도시엔「그 여자 가슴 작아」라는 광고가 붙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곧 붙게 된다는 것이고, 어딘가의 누군가가 접수필증을 받으러 관공서를 방문한다는 얘기가 된다.

『신전과 마을 회관. 어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제로스는 열심히 흔들던 노란색 종을 잠시 내려놓고 질문했다.
『제 개인 생각으로는 신전 쪽을 노리고 싶습니다만.』

제로스가 말한「노린다」의 말 뉘앙스가 어쩐지 탐탁지 않은지라 리나는 눈썹부터 찌푸렸다.
텍사스 카바레 광고지를 네 번 접어 휴지통에 넣다 말고 흐응 소리를 냈다.
『신전에 가고 싶으시다? 나 때문이라는 건 순전히 핑계고 실은 따른 목적이 있는 거 아냐? 이를테면 정탐이라던가, 시한 폭탄 장치라던가...』
『여보쇼! 내가 테러리스트라도 된답니까?!』
『너, 지금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그 전엔 순간적으로 움찔했어.』
『...』
『찔렸군, 찔렸어. 정곡을 찔렸어.』

살아온 세월을 비교하자면 그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한쪽은 인간이고 다른 한쪽은 마족이다. 이 둘은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죽어 백골이 진토가 되도록 마족은 이마에 주름살 하나 안 생긴다. 리나의 124대 조상님이 요람에서 울음을 터뜨렸을 적에도 제로스는 지금의 모습으로 드래곤을 손가락질 하나로 참살하고 있었다.
허나 결계 밖 세상에서 겪은 경험의 길이만 논하자면 리나와 제로스 둘 모두 거기서 거기다. 탑 랭크의 마법사 리나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천 살은 넘게 나이를 잡수신 마족 제로스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은 실정이다.
지난 천 년간 결계를 경계로 왕래 자체가 원천 봉쇄된 땅이다. 이곳 사람들이 밑반찬으로 개구리를 먹는다는 얘기를 들어도 정보 부족 탓에 그게 농담인지 아닌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 놀라야 할지, 아님 웃어야 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 정상인지조차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리하여 지상 과제는 떨어졌다.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를 수집할지어다.

『여기 사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가 알아 보라고 네 상관이 시키든?』
리나의 말투엔 뾰족한 가시가 돋쳐 있었다.
『남은 속상해 죽겠는데 정작 네놈은 이곳 신전 건축대장 표제부를 훔칠 생각만 하고 있다 이거지!』
『건축대장 표제부? 아니예요. 전 그저 이곳 신전 도서관 장서 목록만 확인하면...』
『허! 도서관 장서 목록이라!』
리나는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는 그 벗은 신발로 황급히 자기 입을 틀어막은 마족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같이 따라다니겠다고 설쳐댄 이상 개인 플레이는 반칙이다. 도서관 장서 목록 확인에 정신이 팔려 취미가 중상모략인 사제들 찾는 일은 건성으로 하시겠다? 리나는 벗은 신발을 도로 신기 전, 제로스의 뒷통수로 찍힌 230 사이즈 자국에 다시금 손바닥 도장을 덧발랐다.
『자슥아. 딴 생각 말고 나에게만 집중해!』
아무렴. 지금은 범인 체포가 최우선이다.

『그치만 이 넓은 도시에서 전단지 붙이고 돌아다닐 사제를 뭔 재주로 찾아내느냐고요, 리나님. 차라리 어항에서 자연 모래와 인공 모래를 구분해서 갈라놓으라 하세요.』
머리에 묻은 먼지 자국을 털어내며 마족은 불평했다.
『리나님에게 집중하라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그러면서 예쁜 아낙을 살포시 끌어 안았다. 왼쪽 팔이 은근슬쩍 엉덩이에 닿았다. 아이고, 이 포동포동한 감촉. 이 맛에 세계 멸망이라는 위대한 포부도 잠시 접었다.
『사제들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아요, 쉽지가.』

뭐가 쉽지가 않냐.
리나와 가우리의 고개가 동시에 옆으로 돌아갔다.
저기 있잖아, 저기.

젊은 청년이 붓과 깡통을 들고 간다. 그 뒤를 포스터임이 분명한 종이를 돌돌 말아 옆구리에 꿰찬 영감님이 따라간다. 부록으로 목에 하얀 붕대를 동여맨 남자가 붙었는데 사색이 되어「이러시면 안된다니까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앞의 두 명이 휘파람까지 불어가며「아이구, 신나 죽겠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진땀 투성이의 이마를 손등으로 훔치고 무거운 한숨을 몰아쉰다. 총총 걸음으로 앞질러가 노인네의 소매춤을 붙잡는 것으로 동행을 만류해본다. 고집이 꽤나 있어 뵈는 노인은 들은 척도 안 한다. 대신 오른 손을 뻗어 벽에 들러붙은 모기를 단방에 때려 죽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이마를 세차게 얻어맞은 청년이 으악 소리를 내곤 눈물을 글썽였다. 정말로 아팠겠다. 피부가 발갛게 물들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맞은 것도 서러운데 붓과 깡통을 든 사제가 뒤를 돌아다보곤「그러니까 내가 뭐랬는가. 얌전히 있으시게」라고 면박까지 준다.
성질 나는데 확 자살해버릴까. 청년은 울상지었다.

『자네는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네, 발란틴. 밝게 생각해. 햇살이 따스하고, 하늘은 청명하고, 지나가는 아낙은 우릴 보고 웃어주고. 뭐가 아쉽다고 우거지상인겐가. 젊은 나이에 이마로 내천자 주름 생길라. 자! 웃으시게, 형제. 먹이통을 향해 달려가는 다섯 마리의 꽃돼지들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리라구.』
『하지만...』
『말지만!』
이상한 말투로 남의 말꼬리를 과감히 잘라버린 노인은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소풍이다, 소풍. 오전 한차례 소낙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를 미리 걱정해서 뭘 하누. 내리면 내리는 것이오,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잠시 피하면 그만이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도시락을 언제 먹을 것인지만 생각하자. 오늘의 점심은 삼색 김밥에 찐 달걀이다. 특별 서비스로 쏘시지 볶음이 있다. 노인은 입맛을 다셨다. 허브를 넣어 향기를 더한 찐 달걀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검소한 식탁」이라는 사제들의 밥상 법칙에도 어긋나지 않으며, 건강에도 좋다 하니 이 어찌 반갑다 하지 않을 수...

『점심?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군, 구스틴. 찐 달걀이 아니라 계란말이일세.』
앞서가던 풀 깡통 청년이 귀를 쫑긋 세우다말고 섭섭한 말을 거냈다.
『예?』
『설탕과 맛술을 넣어 달짝지근하게 부쳐낸 계란말이일세. 요모하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지. 서민적이면서도 맛깔스럽다네. 구스틴은 안 좋아하나?』
『아이고! 그거 참담하군. 소인은 당뇨 기운이 있사옵니다.』
『당뇨?! 저런. 몸 아프단 말은 내 앞에서 한 번도 안 했잖나. 도대체 언제부터?』
『한 3년 정도 되었나...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진 않을테니 심려치 마소서. 병세가 심각하진 않사옵니다.』
『심각하지 않아도 그렇지. 조심하게. 자네 나이가 어디 보통 나이던가.』

도시락 김밥 냄새를 맡고 그들 뒤를 추격하던 리나는 잠시 이마를 찌푸렸다.
이상한 3인조다.
『깡통 쪽이 신분이 월등히 높군.』연장자 쪽이 존댓말을 쓰면서 뒤를 따른다. 이게 가능하려면 나이 어린 자가 노인보다 신분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돈은 없어. 거의 알거지 수준.』
사제복은 사제복인데 장식 금단추 하나 안 달린데다 평범한 면 섬유 제품이다. 3명 중에서 옷차림이 가장 후질구레하다. 주름지고 헤어진 옷자락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염색도 싸구려다.
허나 변장을 위해 그런 옷을 일부러 골라 입은 건 아닌 듯하다. 어디까지나 낡고 초라한 옷에 익숙한 사람이다. 암행을 나온 임금님이 핫바지를 입고 있으면 무척 어색해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저 자는 팔꿈치를 덧댄 셔츠가 잘 맞고 있다. = 자기 옷이다.
『목에 기브스를 한 자가 척 보아 가장 서열이 낮은 것 같긴 한데...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도통 모를 일 투성이군.』
다른 사람들은 짐을 들었어도 그의 손은 텅 비어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어느 동네 사장님이 직원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느냔 말이다. 목을 다쳐 이를 배려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건 청년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동작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저 붕대는 순전히 장식이다. 그의 목은 위로, 그리고 아래로 잘만 돌아갔다.「깡통」과「영감」을 번갈아 쳐다보기 위해 좌우 방향으로도 잘 움직였다.

『어떻게 할까요.』
잠자코 따라오던 제로스가 넌지시 목소리를 낮춰 그녀의 의향을 물어왔다.
『죽여버릴까요.』

무덤덤한 말투로「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그가 싫어지려 한다.
『멋대로 나서지 마. 죽이는 건 내가 할테니 넌 신발만 벗어 이리 줘.』
『아우?』
『신발.』
그러더니 자신의 신발까지 벗었다.

목표물은 셋.
좌표 입력하시고.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러 적을 응징하고자 하였다.
『날아랏!』
구두 세 짝이 쏜살처럼 날아올라 장관을 이루었다.
딱. 딱. 딱.
한 치의 오차 없이 명중.
머리를 부여잡고 세 명의 사제들이 자리에 주저 앉았다.

Posted by 미야

2006/04/20 12:55 2006/04/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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