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예뻐서 구입했다 - 고 하면 화를 내려나.
아무튼 특이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미리 보기> 기능으로 앞의 몇 장을 읽고 이런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던게 하나도 맞질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고.
주인공인 준은 그.쪽.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특수 청소업(이라고 적고 부패 유독유기물 처리 전문업자로 읽어야 옳다)에 종사하는 만큼 그럴 기회도 잦은 편이다.
욕조에서 자살한 젊은 여자의 시신을 치우던 날, 웅크리고 앉은 하얀 몸뚱이를 목격한다. 외롭게 죽어, 완전히 용해되어, 끈적거리는 건더기로 돌아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소설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추리소설계엔 SF-아시모프의 법칙처럼 유명한 법칙이 있다. 로널드 녹스의 10계명... 이 아니라 10법칙이다.
1. 범인은 이야기 초반부에 언급된 누군가여야 한다. 독자는 아직 범인의 생각을 따라갈 수 없다.
2. 초자연적인 능력들은 당연히 배제된다.
3. 비밀공간이나 출입구는 하나 이상 등장해서는 안 된다.
4.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독약은 사용할 수 없다. 과학적 설명이 길게 부연되어야 하는 장치 역시 마찬가지다.
5. 중국인은 이야기에 등장해서는 안 된다.
6. 뒤에서 옳은 것으로 입증된다고 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예감이나 우연등이 탐정에게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된다.
7. 탐정이 범인이어서는 안 된다.
8. 탐정이 만나는 모든 단서는 독자에게 곧바로 전달되어야 한다.
9. 탐정의 멍청한 친구 와트슨은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절대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그의 지능은 평균 독자 중에서 쉽게,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10. 쌍둥이 형제나 도플갱어는 충분히 납득되는 경우에만 등장할 수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콜링은 탐정소설도, 추리소설도 될 수 없다. 중국인이 등장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쿨럭) 귀신을 보는 주인공의 능력은 추리를 이미 압도하기 때문이다. 시체가 있고, 의문의 죽음이 있고, 누가 과연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에 대한 추격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당신이 범인이다>를 지적하는 마당에 탐정소설 자격은 이미 물 건너갔다. 그렇다면 으스스한 괴기 소설이더냐. 이것도 아니다. 콜링은 좀 어중간하다. 이게 이 책의 약점이다.
그래도 충분히 재밌게 읽었으니 그럭저럭 다행이고.
독은 독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독이었다는 점, 아울러 선풍기 아줌마가 일본에까지 잘 알려졌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이건 완전히 선풍이 아줌마네, 이러고 읽어내려갔더니만 한국에서 유명한 어쩌고 하고 바로 치고 나오더라. 으... 뒷맛 쓰다.
그리고 책과는 별도로 후유증이 좀 생길 듯하다. 싸구려 소시지는 절대 먹지 마라. 재료인 잡육 중에 뇌를 갈아넣을 수도 있으니까. 태반 성분 들어간 화장품도 쓰레기통에 넣어라. 예뻐지려다 죽을병 걸리겠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