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어도 괜찮은「무서운」소설이라고 해서 질렀습니다. 웁스, 그런데 제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에선 또 품절이군요. 하는 수 없이 알라딘을 이용해줬습니다. 하루만에 재빨리 날아와줘서 기뻤습니다만, 포장을 뜯는 순간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작군요.......... 요즘 책값, 확실히 거품입니다.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지금은 9,000원이라는 정가를 노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책의 내용은 취향에 따라 평판이 많이 갈릴 듯합니다. 과연 무서웠던가? 제 기준으로는 많이 미흡.
그리고 여성의 입장에서 본 주인공 남자가 너무 아닙니다. 다섯 살 딸이 이상한 그림을 막 그려대면「과연 내 딸은 정상인가」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치아키(딸)가 상상하는 세계는 독특하다 - 이건 아니죠! 어린애가 검정색이나 빨간색 색연필로 도화지를 범버꾸를 만들어 놓으면 누구든지 비상등을 켜기 마련입니다. 한가롭게「인간 얼굴을 한 사마귀의 흰 구더기」「토마토 얼굴을 한 노인」「눈 없는 고양이」따위의 제목을 붙이고 있으니 이게 과연 제정신을 가진 아버지 맞나 싶더군요. 게다가 젊고 미인인 출판사 담당에게 청혼하는 건 홀애비 생활에서 벗어나고픈 편의 때문으로밖엔 안 보이거덩요? 이거 무지 나쁜 놈입니다. 으스스한 내용과는 별개로 주인공이 많이 싫어진다는 점에서 소설의 재미를 뭉텅 깎아먹습니다.
그래도 참 그렇고 그런 것이...
너무나 흔한 괴담인데도 일부 장면에선 머리카락이 쭈삣 섭니다. 허허허.
요즘에는 식탁에서도 아예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시퍼런 얼굴과 함께 밥을 먹는다. 식탁은 가족이 모이는 장소이다. 그러니 당연히 시퍼런 얼굴의「엄마」가 있어야만 한다. 치아키는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우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치아키, 이 얼굴이 엄마야.』
미리 준비한 미사코의 사진을 치아키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셋이 우에노 동물원에 갔을 때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그래, 엄마.』 치아키는 군말 없이 인정했다.
『이 사람은 누구?』
이번에는 미사코의 개인 전시회 때 전시회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직 갓난아기인 치아키를 안고 있는 미사코가 얼굴 가득 웃음을 띄고 있다.
『엄마잖아.』
『그럼 이 시퍼런 얼굴은 누굴까?』
『엄마.』
『치아키, 어떻게 엄마가 둘이나 돼?』
치아키는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사진과 저 시퍼런 얼굴이 똑같이 엄마는 아니잖아?』
『그치만 엄만 걸.』
이대로 가다간 대화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치아키, 그 얼굴은 엄마가 아냐. 귀신이지.』
치아키의 얼굴이 굳어졌다.
『잘 들어. 그건 귀신이야. 치아키가 아주, 너무, 무척 싫어하는, 무서운 귀신.』
『그치만...』
『엄마라면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치아키 앞에 나오지 않아. 그렇지?』
『치아키 앞에 엄마 없어.』
치아키는 무섭다는 표정이다. 그 눈동자에 타쿠로가 들어있지 않다.
『어디 있는데?』
『아빠 어깨에 올라탔어.』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