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착한게 제법 되었음에도 그동안 게으름에 쩔어 포장 박스조차 열어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이참에 정신 리셋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가방에 넣고 출근,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죄송하옵니다. 저는 월급 도둑입니다)
뭐랄까, 만화 "여기는 그린우드입니다" 생각이 났다. 시끄러우면서도 감성 따뜻한 소년들의 기숙사 지키기 - 내지는 술 퍼마시자 대작전 - 이야기다. 동시에 다들 몸 깊숙이 숨기고 있던 고름을 왕창 짜내버리고 "아아, 이제 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나을 수 있어" 라고 큰 호흡을 내뱉는 그런 이야기다.
청춘 성장물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왜냐면 주인공들은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거니까. 그들은 강해질 거니까. 사랑하는 이들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았음을 깨달았으니까... 조마조마 가슴을 부여잡지 않아도 된다. 안심하면서 읽을 수 있다. 나는 그런 것이 사랑스럽다.
지금의 아픔은 언제고 흘러가버린다. 상처는 치유되고 계절은 겨울에서 곧 봄이 된다.
이것은 기쁨이고, 아울러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나에겐 큰 부러움이 된다.
요즘 읽히는 일본 번역 소설들은 하나같이 만화적 감성이라 싫다고 누군가 블로그에 적은 글을 봤다. 확실히 표현적인 면에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치만 조심스럽게 주장하자면 그 책들이 전달하는 내용이 생각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혹자는 아침에 하는 양치질에서조차 신의 입김을 발견할 수 있다. 성당의 십자가에서만 신이 있지 않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매우 작은 크기의 알갱이었지만... 이 책에서 작은 떡잎을 커다란 나무로 살찌우고, 아이를 어른으로 키우는 차분한 신의 호흡을 느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