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고타로, 일본 치바 출신으로 1971년생... 나와 동갑... 이렇게 글을 잘 쓰면 질투가 난다.
지인의 소개로 구입해서 책을 읽어봤다. 도입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책장을 넘기지 않고 그 부분만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고등학생이던 동생 하루는 사랑하는 형님(부적)에게 조던 배트(마이클 조던이 싸인한 야구 배트란다. 그게 값이 얼마인데! 간이 콩알 사이즈인 서민 정신이라 할지 모르지만 난 걱정 된다)를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한다. 형님은 기세좋게 [갈게] 라고 대답하고 배트를 가지고 약속 장소로 나간다.
조던 배트로 동생은 뭘 하려는 걸까. 형이 묻자 동생은 [해치우러] 라고 대답한다. 자기네 반에 무지 건방진 여학생이 있는데 버릇을 고치겠다 벼르던 남학생들이 강간을 해버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여 하루는 조던 배트를 들고, [퇴치하기 위해], 체육관 2층에서 멋지게 뛰어내려서는, 배트를 딱딱 휘둘러, 키가 큰 순서대로 모조리 쓰러뜨린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덕분에 살았다고 인사하는 여자 아이를 향해 손잡이로 배로 꽉 찔러버린다.
- 널 구해주러 온 것이 아니야.
이즈미 형님(부적)은 너무 기분이 좋아져 동생의 어깨를 툭툭 친다...
이 강렬한 에피소드부터 시작해서 작가는 상당히 개성적인 캐릭터를 묘사한다.
모친이 강간당해 태어난 하루는 성적인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잘 생겼고, 머리가 좋고, 누가 뭐래도 (동인 기질이 다분한) 내 눈에는 [형님 모에] 가 분명한 이 동생은 도시의 낙서를 지우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날 동생은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형의 회사에서 방화가 일어날 거라고 말해준다. 작지만 연속적인 방화, 하루는 그 속에 룰이 있다고 한다. 낙서가 있고, 무언가를 암시하는 영어 단어가 있고, 불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루는 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까지 끌여들어 [곧 죽어도 나는 당신만 모에] 형님과 같이 [자, 시작해 보지요, 탐정] 이 되어버린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 거라는 걸 작가는 참지 못하고 도중에 불어버리는 [칠칠맞은] 짓을 저지른다. 하여 마지막 하루와 이즈미 둘이서 맞닿게 될 결말은 훤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이 형제, 마지막까지 무지 좋다아~ (하트)
소설 줄거리보다 저게 신경 쓰이는 나도 머리가 썩었다고나 할까.
그치만 아버지의 장례식에서의 이 형제 모습은 오랫동안 잔향을 남긴다.
하루는 낮은 지붕에 올라가 있고, 형제는 아버지의 몸을 태운 연기를 응원한다.
[가! 연기 고!]
이즈미는 캔 맥주 두 개 중에서 하나를 흔들고 동생에게 건배하자고 한다.
형의 장난을 눈치 챈 하루는 캔을 따지 않는다. 동생은 웃으면서 지붕에서 몸을 기울이곤 아래를 향해 뛰어내린다. 고등학교 시절의 [조던 배트] 사건 그때처럼...
아아, 형제는 무적이다.
그나저나 [강간] 에 대한 시각은 남녀의 차이가 큰 것 같다. 나는 강간을 절대로 [개가 무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간은 정신적 학살 행위이자 인격 살해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지는 [여자에게도 잘못이 있는 거야] 라고 정당화 하려는 것 같다.
뭐, 어쨌든.
난 강간당해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여 자기 자식으로 키우는 건 못할 것 같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