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대 새 시즌이 시작된지 제법 지났음에도 이상하게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까 다들 의아해 한다. NCIS 4기도 시작했는데 이것도 말을 안 한다? 하여 묻는다. 애정이 식었느냐고.
그건 결코 아니다. 으허허, 그러니까 그게... 로 앤 오더 SVU 시리즈에 푹 빠져서 정리가 덜 된 탓이다.
하여간 어제 밤에 컴퓨터로 다운로드하여 본 에피소드는 7시즌 6화... 어쩌면 7화.
처음 시작하기 전에 과격한 표현이 나오니 시청시 주의하라고 경고문이 뜬다.
피가 철철 나오는 잔인한 얘기인가 보다, 하고 일순간 긴장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미시시피 사이코 버닝」은 아니었고, 혐오 범죄에 대한 이야기였다.
암, 무섭지. 혐오범죄.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백인우월주의자 이야기가 나와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깜둥이를 죽여라, 유태인을 몰아내자, 이슬람 광신도들을 불태우자 등등의 주장이 왜 무서운건지를 아예 모른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다민족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까발려 말하면 한국인은「단일 민족」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타 민족을 배척하는 걸 이미 피부로 습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쪽발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중국인을 혐오한다. 이슬람 교도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인식, 모스크 사원 건축을 죽자 살자 반대한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건 하류 인생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단, 피부가 하얀 서구 유럽인과의 결혼은 괜찮다) 농촌으로 시집을 온 동남아시아계 신부는 한국인보다 못하다고 여긴다.
피부는 황인종인데 사고방식은 KKK단 못지 않다. 정말 못됬다.
어쩌면 우리는 신나치주의자들와 비슷할지 모른다. 그것이 대단한 과장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요인이 상당수 있다.
그걸 깔고 생각하고 이 에피소드를 보면 전율이 인다.
혐오 범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드라마는 무감각한 우리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온한 오전, 학교 운동장 앞에서 총성이 울린다. 단 한 방에 등이 꿰뚫린 흑인 소년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한가롭게 그네에 앉아있던 커다란 안경의 유태인 소년은 멍한 표정이 되어 총구멍이 뚫린 허벅지를 내려다 본다. 선생님은 비명을 지르고, 아이들은 놀라 달아난다. 순식간에 수라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아이들이 죽었으니 무섭지. 어때. 무섭지?」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말 부분에 이르러 아버지에게 쇄뇌당해 백인우월주의자가 된 소년이 법정에서 총을 난사하여 판사가 죽고, 경관이 부상한다. 이게 진짜 무섭다.
어른이 아이를 죽이는 것보다.
아이가 어른을 죽이는 장면이 곱절로 무섭다.
왜냐하면.
어른은 이것저것 저울질을 하면서 행동한다.
반면에 아이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순수하게 믿기 때문에 행동한다.
그 아이가 이념의 영웅이 되고자 살인마저 불사하며 총을 발사하는 바로 그 순간.
새까맣고 무거운 절망이 온몸을 휘감는다.
인간은 정녕 어울려 살지 못하는 생물이다.
충격이 커서 우울증이 도졌다. 어허허.
Posted by 미야